어느 날 갑자기 그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중고거래 앱에서 에어프라이어를 보다가, 내가 예전에 샀던 가격보다 더 비싼 중고 제품을 마주쳤을 때 말이다.
“이게 왜 이 가격이지?”
처음엔 판매자가 너무 과하게 올렸다고 생각했다. 근데… 다른 매물들도 다 비슷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 이게… 인플레이션이구나.
뉴스에서만 듣던 그 단어. 뭔가 멀게만 느껴졌던 개념이
지금은 내가 매일 들여다보는 중고거래 앱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예전에는 중고물품은 '싸게 사는 맛'이 있었다.
쓰던 물건이고, 포장도 없고, 약간의 흠집은 당연한 거니까.
그런데 요즘은 중고라고 해도 가격이 예전만큼 싸지 않다.
심지어 어떤 제품은 ‘새 거보다 비싸게’ 올라오기도 한다.
한정판이거나, 품절된 제품이라면 말 다 했다.
몇 달 전에는 책장을 하나 팔았는데,
분명 몇 년 전에 3만 원 주고 샀던 건데, 2만 5천 원에 올렸더니 금세 팔렸다.
이게 뭐지? 싶어서 검색해보니까, 지금 그 책장이 5만 원 가까이 하더라.
그 순간 깨달았다. 물건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변했다는 걸.
요즘 사람들, 특히 나 같은 직장인들은 진짜 민감하다.
커피 한 잔 가격도 오르고, 점심값은 말도 못 하게 올랐고,
택시비도 오르고, 배달비도 오르고…
근데 뉴스만 보면 숫자뿐이다. “소비자물가지수 3.5% 상승”… 이게 피부에 안 와닿는다.
그런데 내가 올린 중고 물건이
작년보다 비싸게 팔리는 걸 보면서,
진짜 체감됐다.
아, 이게 실생활 속 인플레이션이구나.
중고거래를 하다 보면 이런 것도 보인다.
사람들이 올리는 설명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사진은 스튜디오 수준이고,
포장 박스를 그대로 보관한 건 이제 기본이다.
중고도 경쟁 시대니까.
그리고 그만큼, 중고거래가 하나의 경제 활동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하고, 안 쓰는 물건은 팔아 용돈 벌고.
예전엔 그저 아껴 쓰려는 수단이었는데,
지금은 ‘경제 감각’과 연결된 활동이다.
중고시장 안에는
요즘 사람들의 소비 습관, 물가 감각, 그리고 생활의 리듬이 다 담겨 있다.
우리가 이걸 몰랐던 게 아니라,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넘겼던 걸지도 모른다.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우리는 매일 중고마켓에서
인플레이션을 느끼고, 판단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 안에서 돈을 쓰고, 아끼고, 또 배운다.
그게 지금의 경제다. 아주 사적인, 우리 각자의 방식으로.